주일설교영상
이일호 목사 -
슬퍼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Viva La Vida)
본문 말씀 : 시편 130:1-8
● 주일설교요약
제목: 슬퍼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본문: 시편 130:1~8 설교자:이일호 목사
서론
우리는 찬양, 찬송, 찬미, 송축 등의 용어를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여 사용합니다. 그러나 시편 117편 1~2절과 146편 2절을 보면 찬양과 찬송은 분명 다르게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찬양이 노래와 같이 조금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가졌다면, 찬송을 구체적인 대상과 목적, 그리고 이유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어로 찬양은 모두 한 단어(할랄, הלל)를 사용하지만, 찬송은 다양한 고백과 신앙이 담긴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샤바르-שָׁבַר, 바라크-ברך) 그러나 제가 오늘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하는 찬양은 이러한 개념적인 것을 넘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시편은 왜 찬양이 될 수 있으며, 이 찬양은 우리에게 왜 주어졌으며, 그 찬양은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가 하는 것입니다.
본론
오늘 본문인 시편 130편은 찬양시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찬양시로 유명한 시편 8편, 112편, 113편, 146~150편을 읽어보면 시편 130편과 분위기와 느낌이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시편 130편은 참회시나 탄원시로 분류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는 찬양이 될 수 없는 것일까요?
시편 130편을 깊은 죄를 깨달은 한 인간이 용서의 하나님만이 유일한 구원임을 고백하며, 그 하나님을 믿고 신뢰함으로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세상에 선포하는 내용으로 이해하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시편 120~134편을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는 한 단락으로 본다면, 바로 앞의 129편에서 악과 원수의 문제, 불의와 불합리한 세상의 문제가 등장하며, 또한 130편 8절의 죄악으로 번역된 아본(אָבֹן)이라는 단어는 부조리, 불의, 비참함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1-2절에서 시인은 창자가 찢어지듯 아파하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가슴을 두드리며 하나님께 탄원합니다. 부르짖습니다, 들으소서, 귀를 기울이소서 단 세 개의 동사를 통하여 자신의 심정을 말합니다. 이 외침은 깊은 절망 가운데서 하나님의 부재를 느끼는 절규라고 생각합니다. 3~4절은 하나님 앞에 모두가 죄인이며, 주님만이 용서할 수 있으니 경배하라는 고백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하나님께 탄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죄인이며 그런 우리를 용서하신다고 하셨는데, 지금 내 상황과 환경은 어찌 된 일인지 도전적인 질문을 합니다. 그런 시인에게 하나님의 음성은 들리지 않습니다. 비록 바로 그 다음절이지만 5~6절은 전개상 일정한 공백이 보입니다. 아마 시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소진하고 포기하였을 때, 떠오르는 하나, 바로 구원하시겠다는 주님의 말씀과 약속일 것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씀과 약속을 상기하면서, 구원에 대한 자신의 기다림이 얼마나 간절한지 아룁니다. 그리고 급격하게 7~8절에서 비록 현재는 이루어지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과감하게 세상과 공동체에 구원과 약속을 성취하실 주님을 찬양함으로 하나님께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편 120~134편과 시편 전체의 흐름을 보았을 때, 이러한 흐름은 늘 반복합니다. 믿음을 가졌지만 평안이 없는 그들이, 비록 어떤 상황과 환경으로 깊은 절망과 좌절, 아픔과 슬픔과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며, 살려고 부르짖는 절규 끝에, 결국은 다시 말씀과 약속으로 돌아가서 주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모습으로 시편 130편을 이해했을 때, 이 시편은 우리에게 찬양이 무엇인지 암시해 줍니다.
할랄이라는 단어는 찬양하다라는 뜻도 있지만, 밝히다, 빛나다 등의 의미도 있습니다. 즉 있는 그대로 꾸미지 않고 존재 그대로 드러내고 발현되고 흘러나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편에서 찬양은 좋은 것, 선한 것, 깨끗하고 즐겁고 행복한 것만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족하고, 슬프고, 더럽고, 심지어 억하고 부정적인 것 그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내 모습 그대로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 토해내는 것 이것이 찬양인 것입니다.
시편 1편 2절에 율법을 즐거워하여 주야로 묵상하는 것을 노래합니다. 그런데 묵상은 고상한 명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가(הָגָה)라는 단어는 으르렁거리고, 울고, 슬피 우는 것을 말합니다. 말씀 앞에서 풀리지 않고 꾹꾹 억누른 내 심정을 토해내는 것이 묵상입니다. 창세기 2장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생기를 주시어 생령이 되게 했지만, 그 생기는 우리 안에서 깨지고 부서지고 무너져서 토해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토해내야 하나님께서 새로운 기운을 넣어 주실 것입니다. 바로 하나님 앞에서 내 영혼이 토해내는 것, 이것이 묵상이요, 기도요, 찬양입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시편 150편 6절에서 마지막에 이렇게 찬양하며 시편 전체를 마무리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할지어다. 할렐루야.”
결론
찬양은 호흡이며 더 정확하게는 하나님 앞에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토해내는 것입니다. 내가 비록 잠시 주님의 손을 놓는다 하더라도 주님은 끝까지 내 손을 붙잡고 계십니다. 죽음 저 너머서까지 함께 하실 것입니다. 그것을 믿고 신뢰함으로 모든 것을 다 토해내시길 바랍니다. 내가 토해내는 그 자리에 하나님께서 임재하시고, 내가 토함으로 하나님께서 일하기 시작하십니다. 우리가 슬퍼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런 하나님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어떤 슬픔과 절망과 낙망과 좌절과 고통과 아픔과 괴로움과 외로움이 짓눌러도, 깊은 절망으로 갑갑하고 답답함으로 나를 덮치는 어둠 속에서도, 시편 130편의 시인과 같이 구원의 하나님을 향하여 모든 것을 토해내며 올라가 살아내시는 여러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를 끝까지 붙잡으시며 동행하고 인도하시니, 우리는 슬퍼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함께 살아냅시다.
번호 | 제목 | 설교일 | 성경말씀 | 설교자 | 첨부 파일 |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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